두 돌박이 손자 녀석은 두툼한 화장지를 놀이기구로 여긴다. 사각 통 티슈를 모두 뽑아 방 안 가득 채우고, 두루마리 화장지는 굴리고 굴려서 다 풀어헤쳐야 직성이 풀린다. 뒤처리는 할아버지 몫이다. 
흩어진 화장지를 장장이 반듯하게 접거나 다시 말아서 애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화장지 한 장도 낭비하는 일이 없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녀석이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화장지 한 장이라도 아껴야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절약이 미덕이다. 소비가 미덕이다." 갑론을박으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소비든 절약이든 기본은 절약 정신이다. 
소비는 낭비의 단초가 된다. 낭비는 백해무익하고, 백만장자도 못 당한다고 했다. 
한정된 자원이기에 누구나 절약을 해야 한다. 일부 상품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소비촉진읕 장려하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소비보다 절약이 미덕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절약 정신은 하루아침에 자리 잡지 않는다. 
몸에 배인 오랜 습관이 따라야 한다. 그것은 가정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부모님은 인생의 거울이다. 자녀는 알게 모르게 부모님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운다. 구순을 넘긴 부모님이지만 절약에 이골이 나신 분이셨다. 비닐봉지 하나도 허투루 버리는 일이 없으셨다. 
고이 접어 보관하다가 재활용하셨다. 내가 어렸을 당시만 해도 누구나 절약했다. 가난했던 시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개성공단 근로자가 컵라면 빈 용기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빈 소주병을 모아 두었다가 참기름병으로 활용했다. 요즘같이 쓰레기 처리 시 재활용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직접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80년대 결혼해서 남매를 두었다. 가정을 이루고도 부모님께 배운 절약 습관이 남아 있다. 비닐봉지나 쇼핑백을 잘 보관했다가 재활용 한다.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 재활용 한다며 빈 봉투나 빈 용기를 보관하는 것이 비합리적이지만 습관적으로 보관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에게도 절약 정신이 배인 듯하다. 
분가한 아들, 딸 집에는 방마다 선풍기가 있다. 에어컨만 틀어도 되겠지만 병행하는 것 같다. 손주들 유아용품도 지인께 얻거나 중고품을 많이 구입한다. 이런 모습이 대견스럽다. 
절약 정신은 사회를 건전하게 한다. 과소비를 지양하고 자원을 아끼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안다. 사회적 절약정신 고양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잉 진료, 보험금 과다 청구 방지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오래 전의 이야기다. 운전 중에 뒤따르던 차가 추돌해 뒷범퍼에 흠집이 났다. 운전자가 내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절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흠집 난 범퍼 전체를 교체할 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절약이란 말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부분 수리를 하기로 했다. 범퍼 교체 비용의 20% 정도로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했다. 
상대는 고마워했고 나도 과잉 수리를 안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웠다.  절약은 가계를 살찌우고 국가를 부유하게 한다. 
수입에 맞춰 소비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쓰임새를 줄여 얼마간 저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 살림도 마찬가지다. 국가 예산은 수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원칙이지만 쉽지 않다. 
알뜰 살림으로 건전재정을 이루고, 잉여 재원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저축한다면 국민들 부담을 덜고, 부국이 될 수 있다. 
위정자들은 보편적 복지 명분으로 균등하게 나눠주기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국민 인기에 영합한 예산지출은 하수의 정책으로 올바른 국가 경영이 아니다. 국민 혈세는 꼭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여야 한다. 위정자들도 기성세대가 대부분인 만큼 어릴 때의 절약 정신이 분명 남아 있다. 
정계에 입문할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정책인지 숙고해 주기 바란다. 출생률이 현저히 낮아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위정자를 비롯한 전 국민이 정신 바짝 차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고갈될 걱정 없는 국민연금, 부담은 줄어들고 혜택은 늘어나는 각종 보험이 실현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다만 국민이 절약 정신으로 얼마나 동참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