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고령은 고령신씨의 발상지이다. 시조 신성용(申成用)은 본래 신라 공족(公族)의 후예로 고령 지방에 세거해 오면서 고려 23대 고종(1230년대) 연간에 문과에 급제하여 검교군기감(檢校軍器監)을 지냈다. 그리하여 후손들은 누대에 걸쳐 토착 세거해 오거나 타 지방에 살면서도 고령을 본관(本貫)으로 삼아 세계를 이어왔다.
2세(世) 신강승(申康升)은 문과에 합격하고 정3품의 상호군(上護軍)을 역임했고, 3세 신인재(申仁材)도 상호군(上護軍)을 지냈으며 신인기(申仁杞)는 시중(時中)이고 4세 신사경(申思敬)은 대호군(大護軍), 신사금(申思襟)은 상호군(上護軍)이다.
2세부터 4세까지 군직(軍職)에 많이 종사했던 것은 그 시기에 수십 년간 몽고의 침략으로 온 나라가 전란에 휩싸였던 까닭에서일 것이다.

고령신씨가 명가(名家)의 반열에 오른 것은 5세 순은공 신덕린(醇隱公 申德린)부터이다.
5세(世) 신덕린은 호가 순은(醇隱)이고 고려 때 예의판서(禮儀判書)을 지냈다. 학문과 절행이 뛰어나 야은 길재,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도은 이숭인, 교은 정이오와 함께 고려 말 6은(六隱)이라 칭송되었으며 글씨 또한 명필이었고, 고려가 망하자 절의를 지켜 고려의 충신들과 함께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항거함으로서 두문동 72현(賢)으로 존숭되어 개성 杜門洞書院, 고령 靈淵書院, 파주 高麗統一大殿忠臣閣 등 6개 서원에 배향되었다.

6세(世) 호촌 신포시(壺村 申包시)는 우왕 9년 문과에 급제하였으나 고려가 망하자 아버지 신덕린을 따라 두문동으로 들어가 은거하여 벼슬길에 나가지 않아 고려충신 72현에 들었다. 이후 조선 세종 때 왕의 부름을 여러 차례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는데 당시 집현전 부제학인 큰아들 신장(申檣)의 간곡한 권유로 관직에 나아가 공조참의(工曹參議)에 이르렀다.      
호촌공은 아들 3형제를 두었는데 7세인 신장(申檣)ㆍ신평(申枰)ㆍ신제(申梯)의 후손이 각각 암헌공파(巖軒公派), 정은공파(靜隱公派), 감찰공파(監察公派)로 나뉘어 고령신씨를 크게 번창시켰으며 3세 신인기의 자손이 시중공파(時中公派)를 형성하여 현재에 이른다.

7세(世) 신장(申檣)은 호촌공의 큰 아들로 호는 암헌(巖軒)이고, 문과에 급제하여 집현전 제학과 공조 좌참판(工曹 左參判)에 이르렀으며 글씨도 잘 써 서울 남대문의 숭례문(崇禮門)이란 편액이 신장이 썼다고 추사 김정희는 고증하였다.
신장은 5형제를 두었는데 장남 신맹주(申孟舟)는 평양서윤을 지낸 서윤공이고, 차남 신중주(申仲舟)는 순창군사를 지낸 순창공이며 3남 신숙주(申叔舟)는 호가 보한재(保閑齋)이고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이며 영의정을 두 번이나 역임하였고. 4남 신송주(申松舟)는 안동부사를 지낸 안동공이며, 5남 신말주(申末舟)는 대사간을 지냈으며 호는 귀래정(歸來亭)이다. 이 5형제의 계출을 암헌공파(巖軒公派)라고 한다.
 
7세(世) 신평(申枰)은 호촌공의 둘째아들로 호가 정은(靜隱)이며 세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사간원정언(司諫院 正言)에 올랐고 이후 벼슬에 마음을 두지 않고 퇴관하여 상주에 은거하다 노경에 성향인 고령으로 낙향했다.
지극한 효자였던 공은 곡성군 가곡리의 유택에 계신 조부(신덕린)와 부모(신포시 내외)를 기려 향리에 가곡의 유택을 숭모한다는 뜻의 모가정(慕柯亭)을 짓고 항상 조부와 부모님의 유택을 향해 배례하였고, 지금도 그 곳 지명을 모가곡(慕柯谷)이라 부른다.
또한 매년 머나먼 옥과에 성묘 차 다녔으나 말년에는 기력이 쇠해짐을 느껴 성묘를 마치고 시(詩)를 지었는데
省楸今日事(성추금일사) 오늘 성묫길에 오른 일이
寧復又明年(영부우명년) 명년에도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玉州千里路(옥주천리로) 옥과의 땅 천리 길인데 
揮淚向南天(휘루향남천) 남쪽 향해 눈물만 뿌려진다. 라고 읊으며 탄식하고 그 뒤에는 다시 성묘 길에 오르지 못했다.
신평은 3형제를 두었는데 신맹정(申孟艇)ㆍ신중정(申仲艇)ㆍ신숙정(申叔艇)의 후손이 각각 생원공파(生員公派), 통덕랑공파(通德郞公派), 성오재공파(省悟재公派)로 나누어졌고, 그 후 자손으로 곽산군수 신렴(申濂)과 영산군수 신격(申激), 주부공 신윤(申胤) 등이 있고, 학생공 신결(申潔)은 벼슬길보다는  學問에 깊은 뜻을 두었으며, 합곡당 신수항(申守沆)은 사헌부 감찰과 현감을 끝으로 조상을 섬기고 농사를 지으며 삼자강습소(三子講習所)를 세워 자식들의 교육에 전념했다.
근세에는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하다 영국 유학을 한 뒤 건국 후에는 내무부장관, 국방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 서리를 역임한 소창 신성모(小滄 申性模)가 있다. 신성모가 국방부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한 신규식(申奎植)에 의하면, 6.25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 공군(美 空軍)이 북한군 소탕을 위해 가야산 일대를 폭격하려하자 신성모는 가야산 옆에 있는 만대산의 시조 묘(始祖 墓)와 재실이 소실될 것을 우려해 폭격계획을 변경시켰기에 시조 묘는 물론 해인사까지도 전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대구에서 항일단체 진우연맹(眞友聯盟)를 조직하고 독립운동에 지도적 역할을 한 능해 신재모(凌海 申宰模)도 신평(申枰)의 14대 손이다.
특히 조선조 성종(成宗)의 비(妃)로 인수대비(仁粹大妃)와의 권력다툼에 밀려나 폐비가 되어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연산군의 생모(生母) 폐비 윤씨(廢妃 尹氏)가 정은공의 외손녀다. 폐비의 일은 가슴 아픈 일로 이후 정은공파의 자손들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종세(宗勢)가 널리 펼쳐지지 못하게 된다.

7세(世) 신제(申梯)는 호촌공의 셋째아들로 호는 회헌(晦軒)인데, 사한부 감찰의 벼슬을 지냈기에 관명을 따서 감찰공(監察公)이라고 부른다.
4형제를 두었는데 신자교(申子橋).신자강(申子강). 신자동(申子棟).신자정(申子楨)이며 장남 신자교(시성공)는 자손이 없고 둘째 인천공파(仁川公派), 셋째 사정공파(司正公派), 넷째 학생공파(學生公派)로 나누어 종세를 이어온다.
감찰공파가 고흥에서 흥기한 것은 인천공의 셋째 아들인 지지당(知止堂) 신석(申碩)이 해남현감과 장성부사를 지냈으나 진외가의 柳子光이 주동으로 일으킨 무오사화 때 김굉필 등 가까운 신진선비들이 화를 당하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껴 벼슬을 버리고 고흥의 마륜(馬輪)으로 퇴거하여 집의 당호를 “知止堂”이라 하고 여생을 보냈기에 그를 入鄕祖로 모시는 까닭이다.
특히 신여량(申汝樑), 신여극(申汝極), 신여정(申汝楨), 신여식(申汝식)은 지지당의 후손으로 임진왜란에 큰 전공을 세운 장군들이다.

고령신씨에는 예부터 인재가 많았는데 대제학(大提學)이 3명이고, 제학(提學)과 부제학(副提學)이 8명이나 있는 명문가(名文家)이다.
관직으로는 조선조 초기에 학문, 정치, 군사, 외교를 주관해 조선 500년의 기틀을 만들고 13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한글창제에 공이 제일 큰 신숙주(申叔舟)를 비롯하여 정승(政丞)이 3명이고, 판서(判書)로는 고려 때 예의판서를 지낸 신덕린(申德린)을 필두로 5명이며, 참판(參判)은 신장(申檣)을 포함하여 8명이다.
여기에 신공제(申公濟). 申潛(신잠) 등 두 사람은 만인의 존경을 받는 청백리(淸白吏)이다.
또한 문과(文科)에 급제한 사람이 93명이고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한 사람은 230명이며 무과(武科)에 급제한 사람도 199명에 이른다.

보한재 신숙주(申叔舟)는 고령신씨 대표인물

조선조에 고령신씨(高靈申氏)를 대표하는 인물은 보한재 신숙주(保閑齋 申叔舟)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한번 읽은 내용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한다. 세종 21년 문과(文科)에 급제하고, 4년 후 일본 통신사(通信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가서는 시명(詩名)을 일본에 떨쳤다. 이에 앞서 그가 문과에 급제하고 집현전(集賢殿) 학사 시절 장서각에 들어가서 평소에 보지 못한 책을 열심히 읽는가하면 동료의 숙직을 대신하면서 새벽까지 공부하기 일쑤였다. 한때는 신숙주가 숙직을 하며 책을 읽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이를 본 세종이 어의(御衣)를 벗어 덮어주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이다. 
신숙주(申叔舟)는 세종(世宗)을 도와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세종(世宗)의 명으로, 요동(遼東)에 귀양 와 있던 명나라 한림학사(翰林學士) 황찬(黃瓚)을 13번이나 찾아가 음운(音韻)에 관한 것을 의논하였는데 그는 한번 들으면 곧 이해하고 또 틀림이 없었으므로 황찬은 그를 아끼는 마음에서 당호(堂號)를 희현당(希賢堂)이라고 지어주었다. 훈민정음 창제 외에 여러 서적 편찬에도 참여하였는데, 일본에 서장관으로 가서 일본의 지리와 종족간의 관계 및 관직의 이름과 맡는 직책의 내용까지 상세히 기록하여 일본에서 돌아온 후에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를 편찬하였는데 이는 조선조 수백 년간 외교의 지침서가 되었다. 또 경국대전(經國大典)과 동국정운(東國正韻) 오례의(五禮儀) 북정록(北征錄)도 편찬하고 보한재집(保閑齋集)을 남겼다.
신숙주는 본래 글과 서화를 좋아하는 안평대군과 가까웠다. 그런데 단종이 즉위하고 수양대군(후에 세조)이 사은사로 명나라에 갈 때 서장관으로 뽑혀 함께 다녀오면서 신숙주의 총명함에 반한 수양대군의 집요한 권유로 가깝게 되었으나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제거한 계유정란에도 직접 참여하지 않아 2등 공신에 올랐다. 그러나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은 후에도 모든 정사를 신숙주에게 상의하니 정권에 깊이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후세에 송와잡설을 쓴 이개(李塏)는 신숙주를 모함하여 ‘사육신이 참변을 당한 날 신숙주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 부인이 죽지안고 돌아온 것이 부끄럽다며 목을 매 자살하였다’고 기록하였다. 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거짓인가.
신숙주의 부인 무송윤씨(茂松尹氏)는 신숙주가 세조의 즉위를 명 황제에게 고하기 위해 1455년 10월 주문사(奏聞使)로 명나라에 갔고, 아직 그곳에 머물고 있던 1456년 1월 23일 지병으로 숨졌다. 그 후 성삼문 등의 사육신 옥사는 근 5개월이 지난 6월 2일에 일어났는데 이미 5개월 전에 죽은 사람이 어찌 다시 살아나 목을 맬 수 있겠는가. 이개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신숙주와 그의 부인에게 천추의 한이 되는 욕을 보인 것이다.
고령신씨는 학자와 문사도 많았다
 
신광한의 기재집, 신잠(申潛)의 고령세고, 죽당공 신유(申濡), 우의정 신익상(申翼相) 등도 훌륭한 시문을 남겼으며 또한 신식(申湜)은 예론(禮論)의 대가로 가례언해(家禮諺解)를 역술하였고, 신속(申속)은 농가집성(農家集成)과 신경준(申景濬)이 언어학자로서 저서를 남기는 등 많은 학지들이 주옥같은 글을 남겼다.
석북 신광수(石北 申光洙)는 그의 아우 신광연 신광하와 함께 숭문연방집(崇文聯芳集)을 남겼고, 또 일제시대 소설가 이광수(李光洙)는 본명이 이보경(李普慶)이였는데 석북공을 존경하여 이름을 광수로 바꾸었다한다.
조선조 후기 화가(畵家)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은 풍속화가로 그 명성이 지금까지도 높다.

고령신씨는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자손들이 수십 명에 달하는 우국충정의 씨족이다.
예관 신규식(예觀 申圭植)은 육군무관학교를 졸업하고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음독자살을 기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눈만 사팔뜨기가 됐다 해서 예관(예觀)이란 별호가 붙여졌다. 예관은 1919년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부의장과 법무총장을 거쳐 국무총리대리, 외무총장을 겸직했다. 이때 신생 중화민국에 대사로 가서 손문(孫文)과 교섭하여 대한민국(大韓民國) 임시정부를 승인받고, 1922년 임시정부 안에 내분이 생기자 조국의 앞날을 근심하며 25일간 단식 끝에 세상을 하직하였다.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는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민족주의사관을 개척한 학자로 평가받는 사학자(史學者)요 독립운동가이며 언론인이다.
20세에 성균관 박사가 되고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에 독사여론(讀史餘論), 대동사천년사(大東四千年史), 이순신전(李舜臣傳) 등을 연재하면서 항일 구국의 논설로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그 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조선혁명선언”을 발표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상해임시정부의 수립에 참가하였으나 임시정부의 내분에 실망하고 자체 독립투쟁을 실현시키기 위해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하려고 중국인으로 변장하여 대만의 기륭항(基隆港)에 상륙하려다가 체포되어 10년형을 언도받고 여순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순직하였다.
단재가 옥중에 있을 때 일본이 “유력 인사가 보증을 서면 출옥시켜주겠다”는 제의를 해와 당시 군수(郡守)로 있던 모(某) 친척이 찾아가 출옥시켜 주려고 하자 단재는 “왜놈 앞잡이가 보증을 서 출감을 하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죽음을 택하겠다”고 거절해 결국 순국의 길을 택한 위인이다.
단재(丹齋)는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 조선상고문화사(朝鮮上古文化史), 조선사연구초(朝鮮史硏究草) 을지문덕전(乙支文德傳), 이순신전(李舜臣傳), 최도통(최영 장군)전 등을 쓰며 민족의 혼을 일깨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저서를 남겼다.

또한 우창 신석우(于蒼 申錫雨)는 중국으로 망명하여 신규식 신성모 민필호 이범석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며 상해임시정부에 참여하고 의정원 의원이 되었는데 임시정부 첫 의정원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국호(國號)를 처음 정할 때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하자고 주장하여 관철시킴으로서 “대한민국”이란 국호의 창시자이다.
한편 일본제국주의의 핍박으로 경영난에 빠져 폐간하게 된 조선일보(朝鮮日報)를 인수하여 이상재(李商在)를 사장으로 하고 자기는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민족정기와 국민계몽을 위해 역량을 다 바쳤으며 조선일보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언론계의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진 독립운동가이다.

고령은 옛 대가야의 도읍지이며 산과 들과 강이 어우러지는 살기 좋은 고장이다. 이런 천혜의 고장에서 발원한 고령신씨가 80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을 이어오면서 역대 왕조와 대한민국에서 훌륭한 경세가(經世家)와 학자, 문인, 무관을 많이 배출할 수 이었던 것은 고령의 덕분이며 한편으로는 고령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고령과 고령신씨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해 본다.       
/자료제공 전 고령신씨대종회 10대 회장 신 관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