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이 “지자체 재정으로 복지비 부담을 감당하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국비(國費) 추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Default.지급 불능)’를 선언해 중앙정부의 복지 정책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지자체가 써야 할 지출은 늘어나는데도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시.도,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10~15%씩 일정비율을 부담하고 있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1.1%에서 올해 50.3%로 낮아졌고, 예산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는 지자체가 2008년 10곳에서 올해 40곳으로 늘어났다. 여야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무상공약을 쏟아낼 때부터 재정악화는 예상됐던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최대 월 20만 원을 주는 기초연금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해 관련 예산 총 7조 원 가운데 지자체가 1조8000억 원, 내년에는 2조6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0∼5세 아이들을 위한 무상보육도 올해 총 8조9000억 원 가운데 35%를 지자체가 떠안고 있는 형편이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생색은 중앙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지자체들은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을 현행 77%에서 90% 이상으로 높이고, 지방소비세율도 11%에서 16%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호화 청사 건립, 이벤트성 축제.행사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전시성 예산을 절감한다 해도 복지 부담 증가를 감당해낼 수는 없다는게 일선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해마다 새로운 복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자체 사업 비중은 2008년 전체 사업 중 57.5%에서 2013년 48%로 줄었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비용은 급속하게 불어나게 되어 있어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자체의 고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는 복지 정책 전반을 재점검한 뒤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세를 신설하거나 지방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복지 재정을 충당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이다. 또한 지자체도 전시성 사업과 각종 이벤트성 행사에 앞장서기보다 지역 경기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행정력을 모으면서 나아가 재정지출에도 더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