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씨는 280여개에 이르고 본관도 400여개를 훌쩍 넘는다. 이른바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현재 나 홀로 성씨나 본관을 합치면 그 숫자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숭조(崇祖),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본관이 고령(高靈)인 성씨의 실태를 5회에 걸쳐 기획취재로 게재하는데, 두 번째로 고령신씨(高靈申氏) 종친회(宗親會)를 심층 취재했다.
조선 전기의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고령현조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고령현의 성씨로는 토성(土姓)으로 고령신씨가 제일 먼저 나온다. 
<편집자 주>

고령신씨(高靈申氏)의 연원(淵源)

고령신씨의 시조(始祖) 신성용(申成用)은 고려 때 문과급제(文科及第)하여 검교군기감(檢校軍器監)을 지냈고, 신라의 공족(公族)으로 누대(累代)로 고령(高靈)에 세거(世居)하면서 호장(戶長)을 지냈기 때문에 후손들이 본관을 고령으로 하고 시조의 묘성(墓城)은 고령군 쌍림면 만대산(萬代山)에 있다.
시조의 선조는 신라 때의 공족(귀족)이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가야국의 왕족으로 추측된다.
국내 8대 명당 중의 하나라는 만대산이 고령신씨의 소유이고, 고령지방에 있는 여섯 개의 토성(土姓)중 고령신씨가 가장 번성한 씨족 중 하나다.
고령신씨가 평산신씨보다 약 300년 뒤에 만들어진 성씨이다.
이후 신 장(申 檣)을 파조로 하는 암헌공파(巖軒公派), 신 평(申 枰)을 파조로 하는 정언공파(正言公派), 신 제(申 梯)를 파조로 하는 감찰공파(監察公派) 등 세 파로 갈리었다. 이 중 암헌공파가 주축을 이룬다.

▶고령신씨를 빛낸 고대인물
고령신씨는 조선시대 상신 3명, 대제학 3명 등 많은 문신을 배출하였다. 그 중 신장의 아들 보한재(保閑齋)공(公) 신숙주(申叔舟)가 뛰어났다. 신숙주는 세종 때 훈민정음 창제에 공이 컸다. 한글 창제의 발상은 세종임금께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공로는 단연 보한재 공이다.
공은 한글을 만들기 위해 중국 요동땅을 13번이나 다녀온 기록이 있다. 명나라의 음운학자 황찬(黃瓚)이라는 사람이 요동땅에 귀양을 와 있어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공은 장군으로 발탁되어 여진족을 정벌하고 그 기록으로 북정록(北征錄)이 전해오고, 또 일본에 외교관을 다녀와서 그 문물을 소상히 기행문 형식으로 적은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가 남아 있다.
공은 중국어, 일본어, 몽고어, 여진어 등 동아시아 7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학에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어디를 가도 항상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나 공(公)이 수양대군과 뜻이 맞지 않아 세조의 정치에 가담하고 단종을 섬기지 않았다는 불사이군의 유학적 비난은 듣고 있으나 역사를 내다볼 줄 아는 학자였기에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큰 과제에서 부득이 세조의 편에 섰음을 역사는 재조명.평가하고 있다.
공은 세조와 성종 때 두 번이나 영의정을 지냈다.
계유정난(癸酉靖難)에 가담하여 정난공신(靖難功臣)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세조 때 좌익공신(佐翼功臣), 예종 때 익대공신(翊戴功臣), 성종 때 좌리공신(佐理功臣) 등 잇달아 공신에 책록되었다. 그리고 대제학.병조판서.영의정을 역임하였으며, 당대의 대학자로서 저서를 많이 남겼다. 또한 그의 아들 8형제가 모두 이름을 떨쳤고, 후손이 크게 번창하였다.

▶신숙주의 아들 8형제 대에서 8개파로 분파되다
신숙주의 아들대에서 봉례공파(奉禮公派:澍).함길백파(咸吉伯派:沔).황해백파(黃海伯派:澯).고천군파(高川君派:瀞).뢰헌공파(瀨軒公派:浚).강원백파(江原伯派:溥).영성군파(靈城君派:泂).호군공파(護軍公派:珌)로 분파되었다.
신숙주의 8형제 중 넷째인 신 정(申 瀞)은 성종때 좌리공신, 다섯째 신 준(申 浚)은 중종반정의 공신, 맏이 신 주(申 澍)의 아들 신종호(申從濩)는 과거가 있은 이 후 처음으로 진사시.문과.중시에 모두 장원급제하여 이름을 떨쳤다.
그의 아들 신 항(申 沆)은 성종의 부마, 아우 신 잠(申 潛)은 시(詩).서(書).화(畵)의 3절(絶)로 불리었다.
신 항의 손자 신 의(申 儀)는 중종의 부마, 종증손인 신경식(申景植)은 인조반정의 공신이다.
둘째인 신 면의 아들 신용개(申用漑)는 갑자사화(甲子士禍)때 영광(靈光)으로 유배되었다가 중종반정으로 재기용되어 대재학.우의정.좌의정을 지냈다.
그 외에도 그의 현손 신응구(申應구), 응구의 손자 등 대를 이으며 관직에서 요직을 거친 명문가였다.

▶고령신씨를 빛낸 근세인물
풍속화가로 유명한 신윤복(申潤福)과 사학자이자 항일독립투사인 신채호(申采浩), 그리고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신홍식(申洪植), 그리고 신규직(申圭稙)은 상해 임정 초대(初代) 사법총장(司法總長)을 역임했다.

고령신씨 중 불천지위(不遷之位, 기제사를 영원히 올리는 조상)를 받은 분은, 공신(功臣)으로 성종때 문충공 신숙주(申叔舟), 고천군 신 정(申 瀞), 소안공 신 준(申 浚)과 성종대왕의 사위인 고원위 신 항(申 沆)과 중종대왕의 사위인 신 의(申 義)가 있다.
임금께 시호를 받은 분으로는, 영의정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가 문충공(文忠公), 좌찬성 신 준(申 浚)이 소안공(昭安公), 좌의정 이요정(二樂亭) 신용개(申用漑)가 문경공(文景公), 좌찬성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이 문간공(文簡公), 좌참찬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가 정민공(貞敏公), 고원위 신 항(申 沆)이 문효공(文孝公), 우의정 성재(醒齋) 신익상(申翼相)이 정간공(貞簡公) 등이다.
정승을 지낸분들은 문충공 신숙주(申叔舟)가 영의정, 문경공 신용개(申用漑)가 좌의정, 정간공 신익상(申翼相)이 우의정을 지냈으며, 판서이상을 지낸분이 순승공 신덕린, 소안공 신 준(申 浚), 이계공 신공제(申公濟), 기재공 신광한(申光漢), 백파공 신헌구(申獻求) 등이다.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는 신국민화(新國民化) 제창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공(公)을 들 수 있다. 공은 고령신씨 26世로서 암헌공파이며, 보한재 신숙주 공의 18대손이다. 공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다. 공은 모든 백성의 신국민화(新國民化))를 제창했다. 독립운동에 적극참여로 일제는 그의 집에서 족보 등 모든 문서를 불태워 버렸다.
한동안 공의 족보를 몰라 평산신씨라고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광복 후 공의 본가(本家)를 수리하는 과정에 안방 흙벽돌 속에서 가첩(家牒 : 한 집안의 내력이 적힌 두루마리 종이)이 나와서 고령신씨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은 독립운동가로, 사상가로, 역사학자로, 언론가로 조국을 위해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그 자신이 독립운동에 직접 뛰어들어 일생을 바친 선각자다.

고령신씨의 이거(移居)와 분파(分派)를 보면, 문충공 신숙주의 후손들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원에 많이 살아왔는데, 문충공의 장남인 신 주의 후계가 양주.평택.화성.충남 대덕과 서천군 비인 등지에 터를 잡았다. 차남 신 면의 후손은 경기도 화성.파주의 교화.황해도 김천 등에, 4남 신 정의 자손들은 경북 성주와 충북 청주의 낭성.보은에 뿌리를 내렸다.
다섯째 신 준의 후손은 양주.청주에서 많이 살았고, 여섯째 신 부의 후계는 충북 중원.경북 성주에, 일곱째 신 형의 후손은 10세 신광윤이 청주로 퇴거한 뒤 청주를 비롯해 청원군 일대와 충남 예산.보령.경남 하동 등지에서 터를 누렸다.
여덟째 신 필의 자손은 경남 진주에서 살다가 사천 하동과 경북 김천의 개녕 등지로 퍼져나갔다.

신씨성(申氏姓)은 13본(本)이나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산신씨(平山申氏, 시조 신숭겸, 申崇謙), 고령신씨(高靈申氏, 시조 신성용, 申成用), 아주신씨(鵝州申氏, 시조 신영미, 申英美) 정도로 알고 있다.
2003년에 통계청에서 발행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성씨 및 본관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에 신(申)씨 총 인구는 116,966명으로 전체 성씨 중 75위이며 가구수는 36,250가구로 파악됐다. 그 가운데 고령(高靈)에는 102가구에 260명이 살고 있고, 집성촌으로는 사촌리 사촌마을, 운산리 새구름마을 등이다. 이웃 성주군내에는 53가구 122명, 칠곡군에는 57가구 182명의 고령신씨 종인이 살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