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니 모두가 스마트폰에 열중이다. 맞은편 좌석에 중년의 남녀 6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 뒷면 카메라 모양을 보면 삼성 갤럭시폰인지 애플의 아이폰인지 구별할 수가 있다. 그런데 4명은 갤럭시 폰, 2명은 아이폰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폰 소지자에게 눈길이 갔다. 
30대, 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었다. 그녀들 면모가 눈ㅂ에 들어왔다. 면모를 눈여겨보았다. 치장한 액세서리로 보아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무언가 과시하고자 하는 차림새였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예사롭지가 않은 선입견이 들었다. 소지한 아이폰을 보니 차 한잔하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유독 나만 그럴까 싶기도 했다. 십 대 소녀라면 몰라도 알만한 중년여성이 보란 듯이 외제 폰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폰 하나에 민감한 것이 나만의 독특한 성향일까, 지나친 국수주의적인 발상일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봄 직하다. 얼마 전 TV 뉴스에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거의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아이들의 명목적인 외국 제품 선호를 우려하는 뉴스였다. 청소년 사이에 애플폰이 아니면 따돌림받는 경우도 있다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 갤럭시폰, 아이폰 둘 다 세계 최고임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과 자유, 개성이 우선이고 존중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누리든 탓할 일은 아니다. 인위적인 국경은 있지만 자본과 상품의 유통에는 국경이 없다. 능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쉽게 가지고 누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능력이 우선시되고 부러움을 산다. 그렇지 못한 서민들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선호하게 된다. 같은 용도의 상품이 외국산이 국산보다 가성비가 좋다면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외제 상품이 인기였다. 젊은이들은 소니 워크맨 카세트, 주부들은 일제 코끼리 밥솥이 인기였다. 최근 들어서 여성들은 명품백이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미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감수해야 함은 당연하다.  
각설하고 스마트폰의 경우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삼성폰과 아이폰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폰이 세계 1위를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폰이 1위 자리를 아이폰에 내줬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 국민의 일부지만 지나친 아이폰 사랑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국민 누구든 이런 사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폰 하나에 일희일비할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우리 것을 버린다면 문제가 된다. 세상은 냉정하다. 내 것이 가장 소중하고, 다음이 우리 것이다. 이웃 것을 좋아하면 내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시장원리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웃이 소위 명차를 탄다고 덩달아 명차를 타야만 할까. 일부 외제 차는 국산 자동차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비싸다. 그런 차가 사고나 고장이라도 나면 물먹는 하마가 된다. 수리비는 고스란히 보험금으로 처리되고 가입자의 보험수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비싼 구입가, 유지비는 차의 소유자 몫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차랑 구입비로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고, 그 돈이 외국 제조사에 간다. 구입비가 국내 제조사로 가면 그만큼 회사 경영이 좋아지고 기술력 향상, 나아가 고용 창출 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가 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지나치게 우리 것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 수출이 중요한 나라에서 그에 상응하는 수입은 필수적이다. 단지 무분별한 외제 차 선호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 자동차도 외제 차 못지않게 품질이 좋고 가성비도 좋아 해외에서 인기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사십 년간 자가용을 보유해 왔다. 지금까지 중형차 3대를 국산 차로 구입했다. 휴대폰도 십여 개는 바꾼 듯하다. 모두 국산품이다. 나 같은 국수주의자만 있어도 곤란하다. 한편으로는 나를 대신해서 비싼 외제 차, 외제 폰을 구입 해준 이웃께 고마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외국 제품 사용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적당히 외국 제품을 사준 사람들 덕분에 외국과 무역분쟁 없이 수출도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목적인 외국 상품 선호에 있다. 고교생의 대다수가 아이폰을 소지하고, 출퇴근용으로 비싼 외제 차를 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늘 지하철에와 같이 실제로 국민 6명 중 2명이 아이폰을 소지하고 있다면, 이는 명목적인 외제사랑으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