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 어느 정도 자랐다 싶으면 아버지는 코뚜레를 꿰셨다. 청소년이 나이가 차면 갓을 씌우고 쪽을 찌워 성년식을 올려 주듯, 미리 마련해 사랑채 기둥에 걸어 둔 노간주나무 꼬챙이로 송아지의 코를 뚫으셨다. 
완전히 천방지축인 목매기송아지의 코 꿰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아버지 혼자의 힘으로선 도무지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그래서 매번 코를 꿸 적마다 마을 사람들의 손을 빌려야 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웃들은 다투어 우리 집으로 모여들고, 마치 잔치라도 벌이듯 코 꿰기는 하나의 조촐한 행사가 됐다.
닷 되들이 막걸리 주전자가 거지반 비워지고 담배 한 개비씩 피워 물면, 그때부터 슬슬 작업이 개시된다. 두 사람은 양옆에서 단단히 귀를 붙들어 잡고, 한 사람은 뒤에서 말타기 자세로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아버지는 집게로 집듯 있는 힘을 다해 엄지와 검지로 콧구멍을 움켜쥔다. 
송아지는 코가 꿰이지 않으려고 길길이 날뛰며 발버둥을 쳐댔다. 머리를 휘휘 내두르고 연신 음매 음매 소리를 내질렀다. 그것은 굴레 씌워지기를 거부하는, 녀석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드디어 뾰족한 쇠꼬챙이가 콧구멍을 관통하는 순간, 송아지의 코에서는 선홍빛 핏방울들이 눈물처럼 떨어졌다. 
이 코뚜레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송아지의 빛나는 코걸이 장식이 된다. 그때부터 송아지는 주인의 부림에 절대복종하는 충직한 종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송아지의 코 꿰기는, 이를테면 그에게 치러지는 성년식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송아지는 마침내 한 마리의 일소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들을 일소로 부려 먹기 위해 ‘제도’라는 걸 만들었다. 그것은 인간의 타고난 동물적 속성을 길들이는 수단이며 야성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다. 
사나운 짐승을 우리에 가두듯 제도는 자유방임 상태의 인간을 굴레 속에 가둔다. 누구든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그 순간부터, 치켜세웠던 갈기를 눕히고 고분고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제도에 반기를 들며 일탈을 시도하다가는 가혹한 벌칙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는 사람에게 꿰어지는 무형의 코뚜레인 셈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있어서 코 꿰기의 출발은 언제부터 진행될까. 모르긴 해도 아마 초등학교 입학 때가 아니려나 싶다. 학적부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코뚜레와 평생토록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하기야 요사이는 조기교육 열풍으로 유치원이다, 유아원이다 해서 학령도 채 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코 꿰기를 시도하려 든다. 하지만 그 교육 기관들은 강제성을 부여받지 못했기에 다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접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 어디 학교에다 견주랴. 학교는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한다. 그때부터는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일소로서의 인내심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겨우 동물적 수
준에 머물러 있던 개체가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코 꿰기는 그림자처럼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우리의 인생을 옭아맨다.
그 수다한 굴레 씌우기는 결혼에 이르러 마침내 정점에 이른다. 결혼이야말로 가지가지의 인간사 가운데서 가장 지독한 코 꿰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를 뛰쳐나온 짐승이 길길이 날뛰다가도 마취제 한 대에 새색시처럼 온순해지듯, 아무리 망나니 같고 말괄량이 같던 사내아이, 계집아이도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편입되고 나면 길들은 양처럼 유순해진다. 인류 사회가 그 제도를 만든 이래 수천 년간 면면히 이어져 온 결혼, 사람은 누구 없이 결혼과 더불어 그만 보이지 않는 코뚜레에 꿰여 끌려다녀야 하는 신세를 면키 어렵다. 
흔히들 과기瓜期에 찬 처녀가 면사포를 쓰게 되었을 때 총각한테 코가 꿰였다는 말을 한다. 이제 송아지 적의 자유분방하던 생활과는 담을 쌓고 일소로 부림 당하며 살아야 한다는 소리일 게다. 
하지만 따지고 들면 이것이 어찌 처녀에게 있어서 만이랴. 결혼으로 인해 코가 꿰이고 마는 것은 어느 누구든 마찬가지 아닐까. 어쩌다 세상사의 얽매임으로부터 어디론가 훌쩍 달아나 버리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을 해도, 꼼짝없이 매여 살아야만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결혼은 그만큼 그 당자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처신에 제약을 가한다. 그것은 원심력의 작용을 구심력의 작용으로 돌려놓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속성 때문인가 한다.
나는 이따금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는 때가 있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꿈꿔 보려 해도 언제나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서 발목을 잡는다. 
결혼과 함께 단단히 코가 꿰여 버린 것이다. 애면글면 돈 벌랴, 꼬박꼬박 집안이며 친지들 대소사 챙기랴, 가장으로서 가정을 건사하는 일로 허리가 휜다. 그러니 언제 한 번 내 뜻을 제대로 펼칠 엄두를 낼 수 있으랴. 결혼을 두고서 ‘인생의 무덤’이라고 일컫는 까닭을 적이 헤아릴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돌려 속궁리도 해 본다. 만일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라고 하는 미미하기 그지없는 한 개체가 잠시 이승에 와서 머물다 갔다는 흔적,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에다 좁쌀만 한 생명의 씨앗 하나 심어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괜찮은 선택이었는가를 생각한다. 
이것이 결혼제도가 가지는 지중한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그래서였으리라. 옛사람들은 결혼을, 자신의 선택에 의한 주체적 결정이 아니라 인간 의지 저편에 자리한 어떤 초월적 존재의 뜻으로 여겼었다. 
한번 코가 꿰이면 그것을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인 것은, 모르긴 몰라도 그런 연유에서였지 싶다. 여간 못마땅한 마음이 있어도 으레 그러려니 하며 고개 숙이고 살았다. 이것이 그때 사람들의 정서였다.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 부딪히며, 예전의 정서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쓸려 내려갔다. 요새 사람들은 너 나 없이 못 이긴 척 참고 사는 것을 더 이상 미덕으로 추어올리지 않는다. 미덕은커녕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외투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코뚜레는 풀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그들은 무슨 교리처럼 신봉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가치관이 오늘을 지배하면서 그다지 미련도, 주저도 없이 스스로 꿰인 코를 풀어 버리고는 야생 소가 된다. 이렇게 삶의 들판에 우리를 박차고 나온 야생 소들이 날뛰다 보니, 그만큼 세상은 질서를 잃고서 어지러워져 간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코뚜레 자체가 없어지고 마는 것은 아닐는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며, 가지가지의 인간사로 얼기설기 코가 꿰인 채 가파른 삶의 고갯마루를 허청허청 넘어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다본다. 그러면서 다짐을 놓는다, 앞으로도 나는 언제까지나 내 코뚜레를 아끼고 사랑할 것임을. 그것은 내게 굴레 씌워진 코뚜레야말로 바로 살아있음의 엄숙한 증거라고 굳게굳게 믿기 때문이다. 
  아! 이 힘에 부치면서도 즐거운 구속.